
두꺼운 콘크리트 벽 안에 숨어 있던 군사 벙커가 사방이 탁 트인 이벤트 공간으로 바뀌었다.

한 농장 부지에 딸린 이 건물은 원래 군사 목적으로 지어진 벙커였다. 지금은 프라이빗 파티, 강연, 고객 미팅 같은 다양한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쓰인다. 방어를 위해 세워진 구조물이 사람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완전히 역할을 바꾼 셈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은 ‘보고, 보여지는 것’이다. 원래 벙커가 두꺼운 벽으로 시야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면, 새로운 공간은 정반대의 방향을 택했다.

기존 콘크리트 기단 위에 올라앉은 새 구조물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사방으로 시선이 뻗어나가도록 설계됐다.

기존 벙커의 콘크리트 벽과 거친 질감은 그대로 살렸다. 무겁고 육중한 하부 구조가 건물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면, 그 위에 얹힌 새 공간은 훨씬 가볍고 열린 건축 언어를 구사한다. 지상에 드러나는 부분은 단순한 직사각형 형태로 정리해, 내부를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

방문객은 여전히 원래 군사 구역이었던 지하 입구를 통해 들어온다. 과거 군사 용도로 쓰이던 공간들은 이제 주방, 화장실, 수납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행사 규모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구성이다.

내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요소는 계단이다. 건물의 중심 동선으로 배치된 이 계단은 어둡고 폐쇄적인 콘크리트 공간에서 밝은 이벤트홀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을 한다. 단순히 층을 연결하는 기능을 넘어, 공간의 분위기가 전환되는 경험 자체를 연출한다.

상부 이벤트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360도 파노라마 뷰를 제공한다. 자연 풍경과 야생동물, 인근 시설까지 시시각각 달라지는 배경이 공간 안으로 들어온다.

마감재는 철재, 유리, 콘크리트를 기본으로 하되, 곳곳에 목재를 더해 산업적인 분위기를 부드럽게 중화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