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건물을 일부러 어긋나게 맞물린 집” 노출 콘크리트로 완성한 단독주택

이정수

Updated on: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소정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studio-pippa

두 개의 블록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어긋나 있다. 약 96평 규모의 이 주택은 광활하고 평평한 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설계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건물이 주변 자연 경관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개방성을 확보하면서도 공간 안에 머무는 사람이 풍경 속에 완전히 녹아드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이 집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다.

studio-pippa

두 블록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고, 모서리가 깎인 노출 콘크리트 평판이 그 사이를 연결한다. 이 연결 지점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가족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중간 공간이 된다. 어긋남이 만들어낸 여백이 오히려 집의 중심이 되는 구조다.

studio-pippa

두 블록의 역할은 명확하게 나뉜다. 한쪽에는 주방과 서비스 공간이 집중되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침실과 같은 개인 공간이 배치된다. 동선이 겹치지 않아 생활 흐름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studio-pippa

개인 공간 쪽 침실에는 바닥에서 40cm 높이부터 시작하는 큰 창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창 아래 부분이 자연스럽게 벤치처럼 활용되면서 정원으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다. 창이 크고 낮게 시작되는 만큼 앉아서도 바깥 풍경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studio-pippa

집이 지면보다 살짝 높게 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외부 환경과의 경계를 두면서도 시각적으로는 가볍고 떠 있는 느낌을 준다. 건축주가 엔지니어 출신이라 시공 과정 전반을 직접 이해하고 결정에 참여했다는 점도 이 집의 완성도를 높인 배경 중 하나다.

studio-pippa
studio-pippa

마감재 선택도 이 집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차분하고 중성적인 색조, 지붕 박공 부분을 장식하는 천연석, 그리고 곳곳에 쓰인 원목 마감재가 함께 어우러진다. 인위적인 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소재 자체의 질감으로 공간을 채운 방식이다.

studio-pippa

실내에 앉아 있어도 창밖 풍경이 공간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안과 밖의 경계가 어디서부터인지 모호해지는 순간이 온다. 노출 콘크리트 주택이면서도 차갑지 않고, 자연 소재가 더해지면서 온기가 생긴다. 구조적인 대담함과 소재의 절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