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08평. 숫자만 보면 넉넉하다 싶지만, 이 집이 진짜 넓어 보이는 이유는 면적 때문이 아니다. 산맥을 향해 시선이 뚫리는 대지 위에, 집은 철저하게 ‘밖에서부터’ 구상되었다.

건물을 먼저 짓고 조경을 더한 것이 아니라, 풍경을 먼저 읽고 그 안에 집을 끼워 넣은 방식이다. 울창한 초목으로 둘러싸인 거의 평평한 땅 위에서, 집은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풍경 속으로 녹아드는 쪽을 택했다.

건물은 낮고 길쭉하다. 북쪽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자리를 잡은 덕분에, 남쪽으로는 선룸과 수영장이 이어지는 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집이 정원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실내에 앉아 있어도,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흘러나간다.

지붕의 경사가 눈에 띈다. 뚜렷하게 기울어진 선이 처마 아래로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이 건물 전체에 깊이감을 더한다. 나무 판자로 마감된 처마는 수평적인 느낌을 강조하면서도, 오래된 건축 방식과 현대적인 감각 사이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한다.


현관으로 향하는 길은 단순하지 않다. 지붕이 덮인 입구를 지나면, 커다란 고정 창이 내부와 정원을 한 프레임 안에 담아낸다. 그 창 앞에는 화단이 부분적으로 시선을 가리고 있어, 완전히 열린 것도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닌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안으로 들어서면 거실과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공용 공간이 펼쳐진다. 넓은 개구부 덕분에 정원과 실내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하루 종일 햇빛이 깊숙이 들어온다.


공간이 외부로 확장되는 느낌은 단순히 창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원과 실내가 같은 높이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 덕분이다.

침실은 서쪽 축을 따라 배치되어 있고, 각 방은 남향으로 정원과 직접 연결되는 문을 갖추고 있다. 방 안에 있어도 바깥과 단절된 느낌이 없다. 위층에는 마스터 침실과 작은 서재가 자리한다. 아래층보다 한층 더 조용하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주변 경관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외관은 회색 마감재로 덮여 있다.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절제되어 있는데, 그 덕분에 나무 소재로 만들어진 퍼걸러와 울타리, 마감재들이 더 도드라진다. 세라믹 기와 지붕은 전통적인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시간이 지나도 낡아 보이지 않을 집이라는 인상이 외관 전체에서 풍긴다. 건축이 사라지고 자연이 배경이 된다는 말, 이 집을 보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바로 이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