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경사 지붕이 있던 자리에 하늘이 열렸다. 18년을 같은 건물에 살던 부부가 있었다. 건물 지붕을 긴급히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그들은 단순히 위층으로 이사하는 대신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기존의 경사 지붕을 완전히 걷어내고, 그 자리에 2층 규모의 공간을 새로 올린 것이다. 주방과 다이닝룸, 거실을 아우르는 넓고 개방적인 구조로, 천장까지 막힘 없이 뚫린 형태였다.

이 집의 설계를 맡은 팀이 처음부터 명확히 한 것이 있다. 다락방에서 흔히 마주치는 비스듬한 천장이나 칸막이로 나뉜 방들은 없애겠다는 것.
그 대신 수직으로 곧게 선 벽과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공간들이 자리를 잡았다. 오래된 건물 위에 올라앉은 현대적인 구조물이지만, 역사적인 건물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완성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총 면적은 약 121평. 세 개 층에 걸쳐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층에는 주요 생활 공간과 발코니가, 최상층에는 홈짐과 사무실이 자리한다. 최상층에서는 넓은 테라스로 바로 연결된다.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는 캄발라 나무 패널이다. 벽과 천장, 가구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이 패널 덕분에 집 안 어디에 서 있어도 따뜻하고 연속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원목, 테라조, 브러시드 스테인리스 스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멋이 더해지는 소재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완성 직후보다 몇 년 후가 더 기대되는 집이기도 하다.

주방은 산업적인 느낌과 자연스러운 색감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오븐을 비롯한 각종 설비는 목재 전면 뒤에 감춰져 있어 주방 전체가 하나의 매끄러운 면처럼 보인다. 맞춤 제작된 목공품과 부분적으로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든 원목 손잡이 같은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다.

계단은 두 개다. 하나는 파란색 카펫이 깔린 입구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메인 거실로 들어서기 전 어둡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 하나는 주방 공간에서 시작해 위층으로 뻗어 올라가는 조각적인 나선형 계단이다. 커다란 천창을 통해 빛이 쏟아져 내려오는 구조로, 계단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처럼 존재한다.

자연광은 유리로 마감된 전면부를 비롯한 여러 개구부를 통해 집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다. 옥상 정원과 주변 나무들이 자연스러운 차폐막 역할을 하면서, 도심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바깥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만들어낸다.
집 안 곳곳에 놓인 가구와 예술 작품은 모두 부부의 소장품이다. 설계팀은 이 컬렉션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공간 자체를 차분하고 절제된 배경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