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에서 보면 꽤 묵직하다. 외벽은 군더더기 없이 단단하고, 창문은 전략적으로만 뚫려 있어 안이 쉽게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 집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약 72평 규모의 이 주택은 외부의 견고함과 내부의 개방감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1층은 거실, 다이닝룸, 주방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개방형 구조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창이 테라스와 뒷마당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흐릿하게 지워진다.

햇빛이 하루 종일 공간을 가로지르고, 마당의 식물들이 창 너머로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집 안에 있으면서도 바깥에 있는 것 같은 감각이 생긴다.

현관 가까이에는 독립된 서재 공간이 있다. 사무실로 쓸 수도 있고, 손님이 머무는 방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다. 가족의 생활 방식이 바뀌어도 공간이 따라갈 수 있도록 처음부터 여지를 두고 설계한 셈이다.


2층은 각자의 영역이 분명하게 나뉜다. 안방에는 전용 욕실과 드레스룸이 딸려 있고, 나머지 두 침실에도 각각 독립된 욕실이 있다. 그중 한 침실에는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는데, 화단이 함께 조성되어 있어 자연 채광과 환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집 중앙에는 층고가 높은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 위아래 층이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준다.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볼 때 생기는 그 여백이 집 전체에 숨통을 틔워준다.

3층은 좀 더 느슨한 분위기다. TV룸이 지붕 없는 야외 테라스와 바로 이어져 있어, 실내에서 시작한 시간이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흘러나간다. 세탁실과 욕실도 이 층에 함께 배치되어 있어 생활의 편의가 꼼꼼하게 고려되었다.

이 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마감재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콘크리트 슬래브는 그대로 드러나 있고, 철골 보도 가리지 않고 노출되어 있다.

화려하게 꾸미는 대신 구조 자체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방식인데, 그 덕분에 공간이 오히려 더 단단하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하루 중 시간에 따라 달라지면서, 같은 공간이 아침과 저녁에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작은 집이 아니다. 하지만 넓다는 느낌보다 꽉 차 있다는 느낌이 먼저 온다. 필요한 것만 남기고, 그 안에서 빛과 바람과 식물이 함께 살아가도록 설계된 집. 단순한 구성이 오히려 더 오래 살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