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를 뒤집은 집이 있다.

1938년에 지어진 이 주택은 약 42평 규모로, 정면의 아치와 철제 창틀, 경사 지붕, 쪽마루 바닥까지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수십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집이었지만,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부부는 이 집을 허물지 않고 다시 살기로 했다.

부부의 요구는 단순했다. 주방과 정원이 이어지는 넓은 소셜 공간, 그리고 빛이 잘 드는 개방적인 일상. 문제는 기존 구조였다. 벽 대부분이 하중을 지탱하는 내력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공간을 트거나 방과 방을 연결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해결책은 평면 자체를 뒤집는 것이었다. 원래 집 앞쪽에 있던 거실과 주방을 뒤쪽으로 옮기고, 침실과 서재를 앞쪽으로 배치했다.

침실에는 측면으로 별도의 출입구를 두어 독립성을 확보했다. 덕분에 거실과 주방은 정원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고, 집에서 가장 활기찬 공간이 가장 밝고 열린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거실 천장에서는 석고보드를 걷어냈다. 그 아래 숨어 있던 목재 지붕 구조가 드러나면서 천장고가 훌쩍 높아졌고, 지붕 경사를 따라 용마루까지 이어지는 공간감이 생겼다. 새로 낸 유리 채광창은 위에서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맞통풍 구조는 집 안 공기를 늘 신선하게 유지한다.

실내외 연결을 위해 슬라이딩 도어와 일자형 처마를 함께 설계했다. 문을 열면 거실이 정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처마는 직사광선과 빗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오래된 집에서 흔히 포기하게 되는 실내외 연결감을 이 집은 구조 변경만으로 완성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원래 자재를 최대한 살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목재 바닥, 창틀, 문, 철물 일부를 그대로 보존했고, 철거 중 나온 벽돌은 새 벽을 쌓는 데 다시 썼다. 지붕 구조도 일부만 교체해 유지했다. 새것과 헌것이 뒤섞이지 않고 하나의 결로 이어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