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원 한가운데 집이 있는데, 처음엔 잘 보이지 않는다. 언덕 경사면을 따라 낮게 자리 잡은 이 단층 주택은 정면에서 봐도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건물 대부분이 지형 안으로 스며들듯 배치되어 있어, 가까이 다가갈수록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구조다. 약 6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는 수령이 오래된 참나무들이 가득하고, 건물은 그 사이에 조용히 녹아들어 있다.

진입 동선부터 의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차를 세우고 나면 참나무 숲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이 꽤 길다. 그렇게 압축된 동선을 지나 현관을 열면 갑자기 탁 트인 거실이 펼쳐지는 구조라, 그 전환의 낙차가 상당하다.

거실은 집 전체 평면의 중심에 위치한다. 넓은 통유리창 너머로 초원과 멀리 이어지는 구릉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하루 동안 빛이 바뀌면서 창 밖 풍경도 계속 달라진다.

인테리어는 미니멀한 방향 대신 따뜻한 소재를 선택했다. 우드 마감이 공간에 질감을 더하고, 스톤 소재가 은은한 대비를 만든다. 가구와 패브릭도 차갑지 않게 레이어드되어 있어, 넓은 공간임에도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거실에서 이어지는 테라스는 계단식으로 외부로 확장된다. 주변에 다른 건물이 없어 시야가 완전히 열려 있고, 야외에서도 구릉지 뷰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수영장과 별채는 본채와 별도로 초원 쪽에 배치되어 있어, 부지 안에서 또 다른 목적지처럼 기능한다.

침실들도 같은 언어로 설계되어 있다. 창 밖으로 초원과 참나무 숲이 펼쳐지고, 자연광이 공간의 주인공 역할을 한다. 덴은 거실보다 작고 아늑한 공간으로, 독서나 조용한 대화를 위한 별도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