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한복판에 정원을 품은 집이 있다. 약 484평 규모의 이 주택은 코너 대지라는 조건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바꿔놓았다.

도로와 건물 사이에 넉넉하게 확보된 여백 덕분에 울창한 개인 정원이 조성되었고, 이 정원은 단순한 조경이 아니라 집 전체 구성의 중심축이 된다. 집은 정원을 향해 열려 있고, 정원은 집을 감싸며 숨을 쉰다.

1층은 막힘 없이 이어진다. 주방과 다이닝룸, 거실이 하나의 흐름 위에 놓여 있고, 전면을 가득 채운 유리 슬라이딩 패널이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지운다.

패널을 열면 정원의 녹음과 바람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오고, 닫혀 있어도 빛과 풍경은 유리를 통해 끊임없이 안으로 스며든다.

정원과 수영장을 감싸는 곡선형 트래버틴 벽은 이 집에서 가장 조형적인 요소다.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흐르는 이 벽은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공간을 답답하게 가두지 않는다.

하루 중 햇빛의 각도가 바뀔 때마다 벽이 드리우는 그림자의 모양도 달라지고, 그 움직임이 실내 분위기를 조용히 바꿔놓는다.

외관은 절제되어 있다. 트래버틴 외장재와 따뜻한 중성 색조, 자연스러운 마감재가 조합된 파사드는 유행을 타지 않는 미니멀한 인상을 준다.
창문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어 그늘을 만들고 사생활을 지키며, 파사드의 리듬은 내부 공간의 쓰임새에 따라 의도적으로 불규칙하게 끊긴다. 겉모습만으로도 안에 어떤 공간이 있는지 어렴풋이 읽힌다.

이 집의 가장 극적인 장치는 수직으로 뚫린 빈 공간이다. 옥상 천창에서 시작된 빛이 모든 층을 관통하며 아래로 흘러내린다. 계단과 엘리베이터 복도, 내부 통로까지 자연광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1층 거실 한가운데에는 이 수직 공간이 커다란 개구부로 이어지며, 위층과 아래층이 시각적으로 연결된다. 2층 가족 공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실이 보이고, 거실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보인다.

옥상은 북쪽으로 열려 있다. 사막 식물로 채워진 조경과 붙박이 좌석이 마련된 이 테라스는 도시의 전망을 품으면서도 외부 시선으로부터 보호된다.

지상층이 정원을 향해 내밀하게 닫혀 있다면, 옥상은 하늘을 향해 조용히 열려 있다. 두 공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깥과 연결된다.

웅장함 대신 섬세함을 택한 집이다. 재료 하나, 창문 하나, 벽의 곡선 하나까지 모든 선택이 도심 속에서 따뜻하고 조용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맞춰져 있다. 빛이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정원이 집을 뿌리내리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