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크리트 한 덩어리로 빚어낸 집이 있다. 약 100평 규모의 이 주택은 북해 모래 언덕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처음 마주하는 순간 건물인지 조각품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외관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개껍데기가 안을 감싸듯 구조 전체가 유기적인 형태로 흘러가고, 모더니즘 시대 배 모양 건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실루엣이 자연 속에서도 단호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배치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물은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어, 앞쪽으로는 넓은 정원이 펼쳐지고 남쪽과 서쪽 면에는 하루 종일 햇빛이 고르게 들어온다. 좁은 해안가 대지라는 조건을 오히려 공간의 장점으로 바꿔낸 방식이다.


내부는 수직으로 구성된다. 침실은 모래 언덕 높이에 맞게 낮게 자리 잡고, 거실은 지평선을 향해 위로 열린다.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천장까지 뚫린 높은 통로가 먼저 시선을 끌고, 그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펼쳐진다.


주방은 낮은 천장으로 아늑하게 감싸여 있고, 반대편은 탁 트인 바다 쪽으로 확장되며 천장이 높아진다. 같은 공간 안에서 좁아졌다 넓어지는 이 흐름이 단순한 동선을 경험으로 바꿔놓는다. 저녁 무렵 햇빛이 곡선 벽을 타고 내려오면, 공간이 넓어지는 지점에서 빛이 마치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짙어진다.


지붕은 테라스로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뒤쪽은 높게 솟아 사생활을 보호하고, 앞쪽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즐겨 사용하던 옥상 일광욕 공간,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볼륨, 수직 동선을 통한 공간 연결이라는 개념이 이 집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재료의 일관성이다. 계단, 붙박이 소파, 주방, 욕실이 모두 콘크리트 한 덩어리에서 깎아낸 것처럼 연결되어 있다. 조립한 흔적이 없다. 외벽의 수평 줄무늬는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사장 결을 닮았고, 내부의 석회 마감 벽면은 참나무 가구, 빈티지 소품들과 어우러져 조개 속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형태와 재료, 빛과 공간이 하나의 논리로 연결된 집이다. 보는 각도마다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체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