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외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관만 보면 닫혀 있는 집처럼 느껴진다. 짙은 검정과 회색의 조합, 두껍고 묵직한 시멘트 벽체, 창문은 신중하게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막상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연못이 내려다보이고, 토종 식물로 가득한 정원이 창 너머로 가득 차 있다. 이 집은 바깥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계되었다.

약 127평 규모의 이 주택은 경사면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부지 면적은 약 2.5헥타르에 달하며, 집을 짓기 전 주변에 빽빽하게 자라 있던 몬터레이 소나무 약 20그루를 모두 제거했다.
그 자리에는 커다란 자연 연못을 중심으로 토종 식물 정원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집과 정원이 함께 만들어진 셈이다.

외벽에는 불에 그을린 유칼립투스 목재가 사용되었다. 삼나무 골조, 철제 버팀대, 외부 셔터가 더해지고, 이 모든 요소들은 두꺼운 시멘트 벽체 사이에 조용히 녹아든다.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쌓아 올린 외관이다. 퍼골라가 건물 전체를 감싸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준다.

내부 구조는 넉넉한 복층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평소에는 침실 하나짜리 단독주택처럼 사용된다. 넓은데도 아늑하다는 것이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주방과 거실은 높은 중앙 공간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콘크리트로 채워진 강철 나선형 계단이 놓여 있다.

계단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넓고 부드러운 디딤판을 가진 이 나선형 계단은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유리벽을 따라 천천히 회전하며 올라간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시선은 자연스럽게 창밖 풍경으로 향한다. 위층에는 침실과 서재가 있고, 각 공간마다 발코니가 연결되어 있어 정원의 야생 동물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손님이나 가족을 위한 별도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거실에서 날개처럼 뻗어 나온 구조로, 필요할 때만 활성화되는 공간이다. 평소의 단출한 생활과 가끔의 북적임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이다.

내부 마감은 전체적으로 중성적인 색조로 통일되어 있다. 외벽에 사용된 불에 그을린 목재가 내부로 이어지며 창틀을 감싸고, 창밖 풍경을 액자처럼 담아낸다.

벽돌 벽이 곳곳에 등장하며 공간에 무게감을 더한다. 위층 침실과 서재에는 천연 오일로 마감된 목재가 풍부하게 사용되었고, 아래층의 아늑한 공간에는 목재 천장과 노출된 서까래가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집에서 건물은 주인공이 아니다. 집은 거주자를 자연 쪽으로 이끌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창밖에는 정원이 있고, 연못이 있고, 탁 트인 하늘이 있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어느 방에 있느냐에 따라 빛의 각도와 풍경이 달라진다. 집 안에 있으면서도 늘 바깥에 있는 것 같은 감각, 그것이 이 공간이 만들어내는 가장 조용하고 강렬한 경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