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흙에서 솟아난 것 같은 집이 있다. 약 23평 규모의 이 주택은 춥고 습한 열대 우림 기후 속에 자리한다. 작은 면적이지만 설계 방식 자체가 남다르다.

예산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같은 평면 구조를 가진 집이라도 빛이 들어오는 방향, 식물과의 관계, 공간이 놓인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재료는 점토 구조 블록이다. 벽돌 아치와 모르타르 없이 쌓아 올린 벽돌 벽, 이 두 가지 전통 건축 방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바닥이 벽이 되고, 그 벽이 지붕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구조. 집 전체가 마치 그 땅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것처럼 읽힌다. 소형 주택이지만 재료의 통일감 덕분에 공간이 훨씬 넓고 단단하게 느껴진다.

환기 문제를 해결한 방식도 눈에 띈다. 중정과 녹지 공간을 ‘바람 통로’로 활용해 실내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공기가 자연스럽게 순환되도록 했다.


습기가 많은 기후에서 냉난방 없이 쾌적함을 유지하는 구조적 해법이다. 중정 인테리어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집의 기능 자체를 담당하는 셈이다.

기존 건물의 기초 슬래브를 그대로 활용해 지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새로 짓는 집이지만 이미 있던 구조를 살려 비용을 줄이고, 그 위에 새로운 공간을 얹었다. 소형 평수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집의 접근법이 꽤 실질적인 참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