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층마다 식물이 자라는 집이 있다. 대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지어진 이 집은 주택 밀집 지역 모퉁이 부지에 들어서 있다.

동쪽을 향한 정면과 북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측면 덕분에 자연 채광과 바람이 잘 드는 조건을 갖췄지만, 도심 한복판이라는 특성상 열기를 어떻게 다스리고 사생활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설계의 핵심 과제였다.

건축주의 요청은 단순했다. 9명의 자녀와 손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집. 2세대가 공동으로 생활하면서도 각자의 공간이 확보되고, 오랫동안 불편 없이 쓸 수 있는 구조여야 했다.

이 조건에 답하기 위해 설계는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다. 꽉 막힌 사각형 덩어리 대신, 층마다 조금씩 물러나거나 앞으로 튀어나오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깊은 발코니, 식물이 심어진 공간, 그늘진 반외부 공간이 층층이 쌓이면서 건물 전체가 하나의 입체적인 정원처럼 보인다. 덩어리감이 줄어들고, 자연과 맞닿는 면이 늘어난다.


지붕은 단순히 건물을 덮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옥상 전체가 녹화되어 또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기능한다. 단열 성능이 높아지고, 주변 온도가 낮아지며, 빗물을 모아 재활용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야외 공간으로도 쓰인다.

건물 내부에는 빛과 바람이 통하는 수직 공간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 공간들은 자연광을 집 깊숙이 끌어들이고, 아래층의 더운 공기가 위로 빠져나가는 굴뚝 효과를 만들어낸다.

에어컨 없이도 공기가 순환되는 구조다. 동시에 이 수직 공간은 위아래 층을 시각적으로 연결해, 같은 집 안에 살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결국 이 집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다. 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도 서로 부대끼지 않고, 도심의 열기 속에서도 시원하게 지낼 수 있으며, 층마다 자연을 품은 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공존을 위한 집의 모습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집을 오래 들여다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