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파른 절벽 위에 집이 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 경사가 급한 땅 위에 세워진 이 4층 주택은 약 13,000제곱미터(약 3,900평)에 달하는 숲속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 있었는데, 그것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북쪽 구조물은 살리면서 남쪽을 기존 구조의 흐름에 맞춰 확장했다. 총 면적은 약 121평. 철학자와 예술가 부부, 그리고 아이들과 반려견이 함께 사는 집이다.

집으로 들어서는 길부터 심상치 않다. 예술가의 작업실과 수영장을 지나 나무들 사이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현관까지, 도착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처럼 설계되어 있다. 좁고 목재로 마감된 입구를 통과하면 갑자기 공간이 열리면서 벽난로가 있는 넓은 거실이 펼쳐진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노출된 서까래가 나무 꼭대기를 향해 뻗어 있고, 대각선으로 교차하는 붉은색 철제 빔이 구조를 잡아주면서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거실 위에는 커다란 그물이 매달려 있다. 울타리이자 해먹이자 놀이 공간으로, 아이들이 그 위에 올라가 뒹굴 수 있는 구조다.

집 전체의 동선은 숲속 하이킹을 닮았다. 순서대로 이어지면서도 공간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높낮이의 변화와 빛의 방향이 공간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벽으로 구획하는 대신 천장 높이를 조절하고 빛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각 공간의 성격을 만들어낸 것이다.

목재와 유리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조 덕분에 실내에서도 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빛의 각도, 바람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집 안으로 들어온다. 바닥은 복사열이 올라오는 콘크리트로 마감했고, 재활용 느릅나무와 지역에서 가져온 돌, 미장 마감이 공간 전체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경사면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은 땅속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땅에 새겨진 계단과 공중에 가볍게 떠 있는 계단, 두 가지 상반된 방식의 계단이 공존하면서 풍경과의 만남을 만들어낸다.

가장 아래층에는 사우나, 운동 공간,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통로, 그리고 각진 반투명 패널로 둘러싸인 게스트룸이 있다. 밤이 되면 이 공간은 은은한 등불처럼 빛을 발한다.

이 집이 가장 공들인 부분은 소재의 선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고, 생활의 흔적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재료들로만 구성했다. 긁히고 닳고 바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집.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개가 돌아다니고, 온 가족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