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가 된 오두막 터 위에 새 집이 섰다. 오래전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석조 건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산간 마을, 그 한켠에 부분적으로 무너진 오두막 부지가 있었다.

이 집은 그 자리에서 시작됐다. 산비탈을 새로 깎아내는 대신 기존 터 안에서만 집을 완성했고, 무너진 건물에서 나온 다듬어진 돌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외벽을 쌓는 데 그대로 썼다.

생태적으로 보호받는 지역이라 현장에서 새 자재를 채취하거나 생산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었다. 그래서 석조 벽을 제외한 지붕과 상부 구조물은 경량 철골로 만들었고, 대부분 평지에서 미리 제작해 운반해 왔다. 오래된 돌과 현대적인 철골이라는 전혀 다른 두 재료가 한 집 안에서 공존하게 된 배경이다.


이 대비는 단순히 재료의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집의 남북 방향 배치와 맞물리면서 공간 구성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거실과 침실은 철골 구조에 점토 기와 지붕을 얹은 형태로, 아래층에 욕실이 딸린 선데크와 연결된다.

거실과 다이닝룸에서는 직선으로 뻗은 석조 벽이 공간에 방향감과 깊이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내부로 들어서면 강철 기둥이 격자 형태로 솟아 있고, 그 꼭대기를 따라 지붕 전체 길이에 걸쳐 천창이 이어진다.

채광 하나로 공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다. 침실은 돌벽이 아늑하게 감싸는 직사각형 구조로, 깊게 돌출된 창이 달려 있어 산간 주택 특유의 묵직한 질감이 느껴진다.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천창이 있는 다락방이 나온다. 라운지와 취미 공간으로 꾸며진 이 층은 아래층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빛이 위에서 쏟아지는 다락 공간은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구조다.

마감 방식도 눈길을 끈다. 문턱과 틈새 바닥에는 돌을 그대로 썼고, 티크 목재로 마무리했다. 철골 사이 벽면은 석고보드에 회반죽을 발라 마감했다.

창문은 이 지역 온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망 유리를 사용했는데, 박공 형태의 큰 유리창과 함께 집 전체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버려진 돌로 쌓은 벽, 공장에서 만들어온 철골, 그리고 오래된 온실 유리창. 이 집은 그 조합이 얼마나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