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모습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길가에서 바라본 이 집은 소박하고 조용하다. 헛간을 닮은 외관, 군더더기 없는 선. 그런데 지붕선이 심상치 않다.

세 개의 볼륨이 굴뚝처럼 솟아 있다. 조각처럼 생긴 이 수직 덩어리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각각의 볼륨이 생활 공간을 나누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여러 방향에서 빛을 끌어들이는 통로가 된다. 덕분에 집 안 깊숙한 곳까지 자연광이 닿는다.


약 51평 규모의 이 단층 주택은 은퇴한 부부를 위해 지어졌다. 설계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공간이 사람을 돕되 사람을 가두지 않을 것. 생활 공간과 돌봄을 위한 공간이 번갈아 배치된 구조는 그 고민의 결과다.


실내에 들어서면 나무 골조의 리듬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구조용 목재 패널을 그대로 노출한 천장과 벽은 집 전체에 따뜻한 질감을 더한다. 차갑지 않고, 그렇다고 과하게 꾸민 느낌도 없다. 나무가 공간의 뼈대이자 표정이 된다.

이 집에는 손주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다락방 형태의 침실이 공간 안에 숨어 있는데, 아이들이 오면 그곳이 작은 아지트가 된다. 은퇴 부부의 조용한 일상과 손주들의 방문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구조다.

결국 이 집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나이 드는 것을 대비하는 집이 아니라, 나이 들어도 잘 살 수 있는 집. 그 차이가 공간 곳곳에 스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