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도 없이 4달 만에 완성된 집” 학생들이 할머니를 위해 완성한 11평 단독주택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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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iq Estudio

예산도, 넉넉한 자재도 없었다. 그런데 집이 완성됐다. 노동자 계층이 모여 사는 오래된 동네, 무너질 위기에 처한 낡은 집 한 채가 있었다. 팬데믹 이후 홀로 남겨진 노년 여성 마리아의 집이었다. 방치와 취약함이 겹쳐진 그 공간을 다시 살아있는 집으로 되돌리는 일이 시작됐다. 비영리 목적으로, 아직 학생 신분이던 건축가들이 중심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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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없음’이었다. 기존에 남아 있던 기초 구조물, 기증받은 자재, 자원봉사자들의 손. 이 세 가지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기업 후원 요청, 기관 지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필요한 예산의 90% 가까이를 모았고, 그 과정에서 모인 자재와 재정은 단순히 공사비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어떤 자재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공간의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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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1평, 이 작은 집은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잠을 자는 공간, 씻고 요리하는 공간, 그리고 안과 밖이 이어지는 복합 공간. 세 영역은 서로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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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다이닝룸 겸 야외 마당으로 구성된 복합 공간이 이 집의 중심이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그 자리에서 햇살이 들어오고, 마리아의 반려동물들이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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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받은 콘크리트 블록이 이 집의 핵심 재료다. 처음부터 선택한 자재가 아니라, 주어진 것에서 가능성을 찾은 결과다. 같은 블록이 벽을 쌓는 데도 쓰이고, 격자 형태로 쌓아 환기구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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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통하면서도 시선은 차단되고, 보안도 함께 해결된다. 반투명 지붕은 빛을 들이되 열기는 조절한다. 하나의 재료가 여러 문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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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을 새로 달고, 오래된 가구는 손봐서 다시 썼다. 새로 만든 가구도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제작했다. 버리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 이 집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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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부터 완공까지 걸린 시간은 4개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공간은 완전히 달라졌다. 마리아의 일상 루틴, 그녀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동선, 그녀에게 필요한 빛과 바람의 방향까지 설계에 반영됐다. 공간을 쓰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모든 결정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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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말하는 것은 하나의 완성된 해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마리아의 상황은 드문 일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안에서 조용히 뒤처지는 사람들, 그들의 집이 무너지는 일은 어디서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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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택했다. 건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간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이 11평짜리 집이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