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담 뒤로 모든 것이 사라진다. 99평 규모의 이 집은 외부에서 보면 그 실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장인이 정교하게 쌓아 올린 소박한 돌담이 입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젊은 부부가 꿈꾼 것은 전형적인 콘크리트 주택의 경직성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여행을 통해 수집한 수공예품과 골동품,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재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원했다.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추억과 공예, 삶의 경험을 건축에 녹여내는 캔버스가 되었다.

40피트 × 60피트 크기의 대지에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지어진 이 집은 뒤편 교회 부지의 고요함 덕분에 도심 한복판에서는 보기 드문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4개의 침실과 욕실을 갖춘 실용적인 구조에 정원과 아늑한 가족 공간, 다기능 테라스까지 조성했다.

건물은 신비감을 통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외관에서부터 규모를 섬세하게 조절하여 호기심과 놀라움을 자아내는 것이다.

핵심적인 특징들은 1층에 은밀하게 숨겨져 외부에서 의도적으로 감춰져 있다. 집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신 점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설계되었다.


문턱을 넘으면 외부의 소음에서 고요하고 소속감 있는 분위기로 부드럽게 전환된다. 내부 거실 공간은 개인 정원과 전통적인 푸자 공간을 품어 마치 안식처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채광과 환기가 공간 경험을 이끌어 나가며, 집이 항상 쾌적하고 자연과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한다.

집의 중심에는 조각 같은 계단이 우아한 움직임으로 솟아오른다. 천창을 감싸듯 즐거운 상승 기복을 보여주는 이 공간은 단순한 동선을 넘어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빛과 공기, 그림자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을 통해 위층의 가족 공간으로 이어진다.

지속가능성은 디자인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다. 속이 빈 점토 블록으로 지어져 단열 효과를 높였고, 점토 충전재 슬래브는 콘크리트 사용량을 줄이면서 풍부한 촉감을 가진 천장 디자인을 완성했다.

세심하게 배치된 개구부와 높은 창문, 퍼골라는 하루 종일 변화하는 빛의 패턴을 만들어내어 시간과 기후가 공간 경험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