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크리트를 단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고 지은 33평 주택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자리한 이 집은 현대 건축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는 실험적 프로젝트다. 토착 건축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콘크리트에 의존하는 건축 문화에 대한 비판적 탐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현장에 서면 땅에 깃든 시간의 깊이가 즉시 느껴진다고 한다. 지질 조사 결과, 인공적으로 변형된 지표면 아래에는 매우 안정적인 플라이스토세 이암층이 존재한다. 200만 년 전에 형성된 고대 산맥의 지표면 위에 이 집이 세워진 것이다.

약 50년 전 부지의 일부가 인공적으로 변형되고 콘크리트 옹벽으로 보강되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의도적으로 기존 기반 시설에 의존하지 않았다. 대신 직경이 작은 강철 파이프 말뚝을 플라이스토세 이암 지층에 약 7미터 깊이까지 회전 압착하여 박아 넣는 독특한 공법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굴착이나 콘크리트 사용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공사로 원상 복구가 가능하다. 시간의 깊이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건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조건으로 다뤄지는 셈이다.

전통적인 일본 건축에서 목조 건물을 석조 기초 위에 가볍게 세우는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현대적인 목조 구조물이 노출된 철골 말뚝 위에 놓여 마치 기둥처럼 지형 위를 부드럽게 떠 있는 듯한 구조를 형성한다. 재활용 가능한 철골과 목재만을 사용했으며, 건축물은 땅을 덮어버리거나 평평하게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바닥을 높여 탁 트인 전망과 사생활 보호, 자연 환기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지역의 습도로부터 건물을 보호한다. 단순한 박공 지붕은 사이클로이드 곡선으로 이루어진 천장이 있는 내부 공간을 감싸고 있어 벽과 지붕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자재 선정 시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 가능한 자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밤나무 목재 접합부는 철 매염제로 처리하고, 바닥은 천연 오일로 마감한 일본 밤나무로 마감했다. 벽체는 규조토, 감나무 탄닌, 달걀 껍질을 혼합하여 사용했고, 단열재는 재활용 목재 섬유로 만들었다.

외관은 전통적인 삼나무 판재와 지역 목수들이 제작한 나무 방풍 셔터를 사용했다. 흰색 규사 마감재는 자연광을 고르게 확산시켜 미묘한 빛의 변화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주변 경관을 시각적으로 더욱 돋보이게 한다.

콘크리트를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이 건축 양식은 지면을 덮거나 평평하게 만들지 않고 땅의 지질학적 역사와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지질학적 시간, 지역 재료의 특성, 그리고 건축적 절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토착 건축을 제안하는 현대적인 입장이다.







